노예 12년, 자유를 납치당한 12년의 기록
문화이야기/도서이야기☆

노예 12년, 자유를 납치당한 12년의 기록

1853년, 아주 오래전에 발표된 고전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근현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예 제도에 대해 통찰력 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시대의 어둡고 야만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재연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표현했기 때문에 더 생동감있게 기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오래전에 발표되어 저작권이 소멸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내 출판사 여러 곳에서 이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2014년 2월 20일을 기준으로 4곳에서 출간되었는데, 필자는 위드블로그펭귄클래식의 지원을 받아 펭귄클래식에서 출간한 작품으로 리뷰를 진행합니다.

참고사항
1853년에 발표된 작품이 최근에 이슈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국내 개봉일: 2014년 2월 27일 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9개 부분에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필자는 영화보다 책으로 경험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을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은 책을 읽은 후 리뷰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영화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습니다.


The Book INSIDE

[제목] 노예 12년
[평점] ★★★☆

[저자] 솔로몬 노섭(지은이) | 유수아(옮긴이)
[링크] 도서소개 | 미리보기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02-11
반양장본 | 292쪽 | 203*133mm | 315g | ISBN(13) : 9788901162898


비극의 시작, 자유를 빼앗기다.

<노예 12년>의 주인공인 솔로몬 노섭은 사랑하는 아내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인 엘리자베스, 마카레트, 알론조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솔로몬 노섭은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납치가 되면서, 솔로몬 노섭과 그의 가족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솔로몬 노섭은 <노예 12년>에서 그가 경험했던 노예 생활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가 당했던 구타와 감내하기 힘들었던 모욕감, 그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될 위기까지의 경험을 생생하면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노예 제도의 실상과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노예들의 모습을 이 작품처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없을 것 같습니다[각주:1]. 아마도 이런 결과로 말미암아 현대 흑인 문학의 대들보로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간다. 희망을 꿈꾸며…

노예 생활 12년 동안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았던 솔로몬 노섭의 마음 한편에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끔찍한 노예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물론 대부분 실패하여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도 만나고, 죽음의 문턱을 눈 앞에서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솔로몬 노섭은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무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솔로몬 노섭은 희망의 끈을 만나게 됩니다. 솔로몬 노섭이 만난 희망의 끈은 배스라는 캐나다 출신의 매력적인 중년의 남자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유명 인사도 아니고, 막대한 권력을 갖지도 못한 평범한 사람이지만, 노예 제도에 관해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고 비판합니다.


"제가 딱 한 마디만 하죠. 전부 다 잘못된 겁니다. 전부 다요. 노예 제도 속에서 정당하거나 정의로운 요소는 단 하나도 없어요." … 중간 생략 … "노예 제도는 부당하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겠죠. 그 법에는 아무런 이유도, 정당성도 없어요. 헌법에도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속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고요. 물론 당신은 재산을 잃는 게 겁나겠지만, 자유를 잃는 게 훨씬 더 겁나는 일이랍니다.
- 출처: 노예 12년의 일부분


이 구절을 통해 솔로몬 노섭의 구세주인 배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누구나 배스의 생각이 당연히 옳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예 12년>의 무대인 1800년 중·후반의 미국 남부 지방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위와 같은 발언으로 논쟁한 것은 엄청난 용기와 배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배스의 진정성은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고용주와 배스와의 대담은 고용주 처지에서 보면 시간 보내기 정도의 의미밖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노예 제도를 인정하는 사회, 그리고 그 시스템 아래에서 성장한 고용주라면 배스의 발언들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들렸을 테니까요[각주:2]

결국, 배스의 노력으로 솔로몬 노섭은 지옥 같은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무려 12년 만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솔로몬 노섭의 아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솔로몬 노섭 뿐만 아니라 이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시스템 아래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되다.

<노예 12년>은 우리에게 유명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 해방 운동(전쟁)의 도화선이 된 작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솔로몬 노섭은 자신이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이후, 자신을 노예로 만들어버린 노예 상인들을 고소하고, 노예 제도의 불합리함과 그들의 삶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비록 재판에서는 노예 상인들에게 패소했지만, 이 재판으로 말미암아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 노섭의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은 조금씩 더디게 변화했지만, 솔로몬 노섭의 삶은 그 이후도 평안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불안함에 떨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The date, location and circumstances of Solomon's death are unknown.
- 출처: 노예 12년의 일부분


너무나 무서운 메시지입니다. 이 메시지를 번역하면, "솔로몬 노섭의 사망한 시간, 장소, 그리고 사인 등이 알려져 있지 않다." 입니다. 자유인 솔로몬 노섭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는 달리 커다란 상실감과 두려움이 함께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면서

<노예 12년>에서는 자유를 빼앗긴 한 남자와 노예제도의 비극을 아주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직접 작가가 경험했었던 일을 글로 엮었기 때문에 화려한 미사여구나 극적인 스토리, 그리고 극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인위적인 클라이막스는 없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한 <노예 12년>은 재생 종이를 사용해서 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의 품질은 최근에 본 책 중에서 가장 좋지 못했습니다만, 실망감보다는 오히려 재생 종이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드블로그의 서평에 참여하면서 이번과 같이 서평 기간이 짧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달리 필자만 책을 늦게 수령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되어서 빠른 서평이 필요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짧은 기간 캠페인을 진행하면 좋은 서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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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http://en.wikipedia.org/wiki/12_Years_a_Slave
http://en.wikipedia.org/wiki/Solomon_Northup
  1. 많은 독자가 어머니와 자식의 생 이별을 표현한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본문으로]
  2. 필자는 실제로 이런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시스템이 무섭습니다. [본문으로]
  3. <노예 12년>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생각했던 내용을 함께 정리하여 리뷰를 쓰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글을 통해 정리해야겠습니다. [본문으로]